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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제초제 NO, 손으로 OK


2026년 6월 24일 수요일

음력 丙午年 오월 초열흘날


선선하고 맑은 아침을 맞이한다.

10도의 두 자릿수 기온임에도 불구하고

여느날과 달리 서늘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아침 공기가 신선하고 상쾌하여 참 좋다.

산골 사람들이 누리는 특혜라고 해야할까?


산골에는 이제 봄꽃은 자취를 감추고

대신 여름꽃들이 하나둘 피어나고 있다.

그들 중 하나인 낮달맞이꽃이 돋보인다.

알기로 분홍색과 노란색 꽃 두 종류인데

산골집에는 노란색 낮달맞이꽃이 피었다.

몇 해 전 멘토 유氏 어르신댁에서 주셔서

뒷뜰에 심었던 것을 장독대 부근에 옮겼고

다시 함박꽃나무 밑에 심었다. 그랬는데

번식력이 대단하여 세 군데 다 꽤 무성하다.

달맞이꽃은 밤에 꽃이 피지만 이름 그대로

이 녀석들은 낮달과는 상관없이 낮에 핀다.

달맞이꽃 개량종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다. 

달맞이꽃처럼 두해살이식물로 남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이었다. 산골집에도 야생화

말고도 다른 꽃들이 점점 자리를 차지한다.

더 이상 야생화만 기르겠다는 고집은 버렸다.


어제는 햇볕이 좋긴 했지만 기온이 그리 높지

않고 고맙게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일하기

좋은 날씨였다. 잡초를 한번 일망타진을 했던

옥수수밭에 또다시 잡초들이 기승을 부리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나 포기 상태다. 농사꾼 멘토

아우의 말을 빌리자면 옥수수밭 잡초는 그냥

놔두어도 옥수수 수확까지 씨앗이 맺히지는

않으니까 굳이 힘들게 뽑아내려고 고생을 할

필요없다고 한다. 옥수수 수확후에 곧장 애벌

밭갈이를 하면 되는 것이니까 걱정 말란다.

멘토 농부가 하는 말이니까 믿어야겠지?


그렇다면 볼썽사납게 길에 자란 잡초 소탕을

하기로 하자며 새로 구입한 제초도구 2종을

들고 나갔다. 아침에 우선 집부근 돌계단부터

잡초를 모두 제거했다. 아침나절부터 오전에는

밭가의 길가에 심어놓은 해바라기밭 주변에서

작업방석을 엉덩이에 차고 쪼그리고 앉아 제초

손괭이로 작업을 했다. 해바라기 사이에 자란

잡초를 캐고 뽑고 플라스틱 양동이에 한가득

채웠다. 아내는 왜 그리 힘들게 잡초와 씨름을

하느냐고 했다. 멘토 아우하는 말처럼 길에는

제초제를 확 쳐버리면 되는 것인데... 그렇긴

하지만 지금껏 지켜온 소신을 꺾고싶진 않다.


아내가 학교에 일을 나간 사이에 잠시 오수를

즐겼다. 쉬는 날인데 무리할 필요는 없으니까.

한 시간쯤 후에 일어나 밖에 나갔더니 바람이

불어 하던 작업을 해도 될 것 같았다. 이번에는

서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자루가 긴 제초 괭이를

들고 목공실 앞쪽 길에서 중앙통로까지 무성한

질경이를 소탕했다. 윗쪽은 갖가지 잡초들이라

쪼그리고 앉아서 했지만 이 길에는 질경이가

대부분이라 서서 작업을 할 수 있으니 훨씬 더

수월했다. 새로 구입한 도구가 아주 쓸만하다.

바쁠 것도 없으니 이따금씩 그늘에서 쉬었다.

쉬엄쉬엄 하다보니 끝이 보였다. 땀을 흘리기는

했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길을 따라 걸어올라와

내려다보며 그랬다. "아따! 속이 다 후련하네!"

라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에게 칭찬받았다.


아침에 밭에서 흩어져 자라는 아욱잎을 뜯고

자그마한 오이 하나 첫수확(?)을 하고 풋고추

풋고추 여섯 개 따다가 아내에게 갖다주었다.

아내가 저녁에는 밭고랑에서 뜯어온 비름나물

무치고 아욱국 끓여 오이와 풋고추를 쌈장에

찍어먹자고 했다. 푸성귀로 차린 아주 소박한

산골밥상이지만 우리는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산골스런 자연밥상이라고 해야겠지?


https://band.us/band/7070781/post/430598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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