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앞뜨락 다시 꾸미기 이틀째
2020년 11월 18일 음력 庚子年 시월 초나흗날
전날
마을 아우의 도움으로 6인치 블럭을 사다놓은 것에
이어 이른 아침부터 아내와 함께 옮기는 일을 했다.
보기와는 달리 6인치 블럭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처음에는 양손에 한 장씩 들고 날랐지만 몇 번 하다
보니 팔목이 시큰거렸다. 아내가 무리하면 안된다며
제발 한 장씩만 나르라고 당부의 잔소리를 끓어부어
하는 수 없이 그렇게 했다. 108장의 블럭을 한 장씩
나르는 것이 비능률적이지만 안전한 쪽을 택했다.
다음은
블럭을 바닥에 깔기 위해서는 평탄작업을 해야했다.
나무그루터기 두 개가 꽤 속을 썩였다. 몇 해 전 자른
것인데 파보니 땅속에는 아주 커다란 뿌리가 그대로
박혀있어 캐내는 것이 만만치가 않았다. 단풍나무를
베어낸 것인데 캐내는 것이 장난이 아니었다. 하나는
도끼로 윗부분을 찍어 쪼개냈는데 나머지 하나는 꽤
단단하여 도끼도, 엔진톱도 소용이 없었다. 별의별
짓을 다했다. 아내는 조각도까지 꺼내 조금씩 쪼개고
또 쪼개내고 있었다. 어느 정도 하다가 도끼로 찍고
또 찍어 쪼개내고 그냥 흙으로 덮어버렸다. 괜시리
아내에게 힘든 고생을 시켰다. 평탄작업을 하다보니
꽤 많은 더덕과 잔대가 나왔다. 이것은 덤이다. 큰
것은 먹고 자잘한 것은 적당한 장소에 다시 심을까
싶다. '도랑치고 가재 잡는다.'라는 속담이 생각나네.
그렇게
바닥 평탄작업을 적당히 해놓은 다음 본격적인 블럭
까는 작업을 시작했다. 우선 수평을 맞춰야만 했다.
집 외벽에 붙여 블럭을 까는 것이라서 수평맞추기가
그런대로 어렵지는 않았다. 마을 아우가 블럭 사는
것을 한번 더 도와주기로 했는데 갑작스레 집안일이
생겨 다음에 도와주겠다고 했으나 당초 계획을 바꿔
108장으로 해결해 보기로 했다. 공사 규모를 대폭
축소시켜 즉석에서 이리도 해보고 저리도 해보면서
하다보니 시간도 많이 허비하고 덩달아 힘도 들었다.
그래도
나름의 방법을 총동원하여 집앞쪽에 다용도 공간을
만들었으며, 오후에는 장독을 옮겨올 장독대 공간에
블럭으로 깔았다. 수평을 맞춰가며 일정하게 깔아야
뒤에 자리를 잡을때 어긋나고 틀어짐이 없게 될 것
같아서 이를 맞추느라 애를 먹었다. 아내가 옆에서
일하는 모습이 얼마나 어설프게 보였는지 웃으면서
"작고하신 아버님께서 보셨다면 껄껄 웃으셨겠다."
그 말에 평생 건축일을 하셨던 아버님 생각이 났다.
"생전에 일하는 걸 좀 배웠으면 그 고생 안하잖아?"
라며 한 마디 더 거드는 아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어디가서 아버님 아들이라고 하지마슈!"
라고 하여 둘이서 한바탕 웃었다. 그러나 저녁에는
아내도 촌부도 팔목, 팔꿈치에 파스로 도배를 해야
했다. 둘 다 성격이 지랄이라 정신없이 일을 하느라
온몸이 욱신거릴 지경이 되고 말았으니...
이제
남은 블럭으로 현관과 장독대를 잇는 작업을 하고
나머지는 다용도 공간을 조금 더 넓혀보려고 한다.
어느 정도 블럭의 여유가 있어 그렇게 하고도 남을
것 같다. 남은 것은 야외 아궁이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꽤 오래전부터 야외 아궁이를 만들주었으면
하는 아내의 작은 바램을 여태껏 장소가 애매하여
만들어주지를 못했는데 장독대를 옮기고 나면 그
자리에 만들어 볼까 싶다. 그렇게 블럭을 이용하는
작업을 마치고 나면 화초를 심을 공간은 아내에게
맡겨 아내의 구상에 따라 만들어 줄 생각이다. 그런
일은 서둘러서 할 필요가 없다. 적당한 공간배치를
하여 내년 봄에 해도 되니까. 참, 바로 집 현관앞에
있는 아내가 좋아하는 산철쭉을 앞뜨락 끝쪽으로
옮겨심는 일이 남았구나.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부슬거린다. 아마 어젯밤부터 시작을
한 것 같은데 이슬비 정도라서 내리는 양은 미미한
것 같다. 비가 내일까지 내린다고 하는데 하던 일은
다음으로 미뤄야만 할 것 같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기온은 무려 영상 11도까지 올라 포근한 날씨이다.
아마도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추위가 몰려오겠지?
'겨울비 한 번에 내복이 한 벌'이라고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