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한밤중의 야식
2020년 11월 13일
음력 庚子年 구월 스무여드렛날
늦은 밤,
이제 점점 밤이 길어지고 있다.
서재에서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
뱃속에 거지가 들어앉았나?
허기가 져서 아내에게 야식을 부탁할까 싶었다.
염치불구하고
방문을 살그머니 열고 들어가 보니
TV를 보던 아내가 단잠에 빠져있다.
손에는 리모콘이 들려있는 그대로였다.
낮에 집안일을 하느라 꽤나 피곤했었나 보다.
에구~ 틀렸다!
아내가 단잠을 깰까봐
불을 끄고 슬그머니 방문을 닫았다.
뭘 좀 챙겨 먹을까 한참을 망설였다.
도대체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발걸음 소리가 날까봐
조심조심, 조용조용
아랫층 주방으로 내려왔는데
어디에 뭐가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
진작 이것저것 위치를 알아둘 걸 그랬나?
순간,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라면...
라면을 끓여 먹으면 되겠구나!
라면이 있는 위치는 알고있으니 다행이다.
자그마한 냄비에 물을 받아
가스렌지에 불을 붙이고 올렸다.
라면 정도는 끓여먹을 줄을 알고 있다.
포장지에 쓰인 그대로 하면 되니까...
추가로 달걀, 파, 치즈, 고춧가루를 넣으면 끝~~
한밤중에
하얀 머리 중늙은이가
허기가 진다며 라면을 끓여
후루룩 후루룩 먹는 모습이 우습다.
아무도 안보는데 뭐 어쩌냐?
이거 안주도 좋은데
소주도 곁들이면 어떨까?
아니다, 저녁식사하며 반주 석 잔했으니
이 밤중에 술은 참아야 하느니라 했으나
쬐끔 아쉽기는 했지만 잘했구나 싶다.
이따끔씩이지만
혼자서 끓여 먹는 라면도 맛있네!
그것도 한밤중에...
살이 찌고 건강에 안좋다고, 글쎄?
먹어도 살이 안찌는 비경제적인 인간인데 뭘...
산골의 오늘은
영하 4도, 서리, 얼음, 서릿발 서걱서걱
오후부터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