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2020 산골 부부 텃밭농사 끝~!!!
2020년 11월 10일 음력 庚子年 구월 스무닷샛날
아침나절,
"오늘 하루에 밭설거지를 모두 끝낼 수가 있을까?"
라고 아내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을 꺼냈다.
"조금 버겁긴 하지만 가능한 하루에 끝내야겠지?"
라고 의지를 다지며 아내의 물음에 대답을 했다.
햇살이 퍼진 후,
영하의 기온에 바람까지 제법 쌀쌀하게 불었지만
중무장을 하고 산골부부는 텃밭으로 일을 나갔다.
봄부터 불과 며칠전까지 많은 것을 길러서 내어준
밭을 비우는 일, 바로 밭설거지를 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고라니, 멧돼지와 같은 야생동물 침입을 막으려고
밭가에 빙 둘러서 쳐놓은 그물망과 지지대 그리고
줄콩 넝쿨 유인줄과 지지대를 제거하는 작업부터
시작을 했다. 봄날에 설치를 하는 작업보다 제거를
하는 작업이 더 힘이 든다. 묶어던 것을 하나하나
일일이 풀어야 하고 가위로 잘라내야 하니 상당히
번거롭다. 밖에 쳐놓은 그물망은 내년 봄에 또다시
사용을 할 수가 있지만 줄콩 유인줄로 쳐놓은 것은
재사용이 어려워 모두 잘라내야만 했다. 그 다음은
지지대를 뽑으며 그물망과 함께 돌돌 말아야 한다.
처음에는 가볍지만 갈수록 부피가 커지고 무겁다.
앞서 나가며 지지대를 뽑는 아내, 뒤에서 그물망과
지지대를 말아가며 뒤를 따르는 촌부, 손발이 척척
맞는다. 바로 '텃밭농사 환상의 복식조'의 모습이다.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아내가 집에 들어가 음료수를 가지고 나왔다.
하나는 인삼즙인데 또 하나는 비타500 이다.
인삼즙을 건네주며 "서울 막둥이가 오라비 먹고
건강하라고 보내온 것이야! 마시고 힘내시구랴!"
라고 했다. "당신은 와 안 먹고 나만 주노?"했더니
"나도 가끔 마셔! 나는 비타500이 더 땡겨 좋네."
라며 빙그레 웃었다.
다시 힘을 내어,
뽑아놓은 지지대를 모두 한 곳에 가지런히 옮겼다.
그 다음은 잔뜩 뽑아놓은 고춧대와 걷어놓은 바싹
마른 줄콩 넝쿨을 손수레에 싣고 퇴비장으로 갖다
나르는 일이다. 퇴비장으로 가는 길이 경사가 져서
꽤나 힘이 든다. 고춧대가 마르기는 했지만 뿌리에
흙이 묻어있고 어찌나 튼실하게 잘 자랐는지 나무
처럼 상당히 무겁다. 손수레에 한가득 싣고 밧줄로
묶어서 촌부는 앞에서 끌고 아내는 뒷에서 밀었다.
몇 차례를 그렇게 싣고 나르고 했더니 힘이 빠졌다.
그렇게 오전 반나절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어느새,
점심때가 지나버렸다. 아내가 "점심 뭘 드실라요?"
라고 하여 "간단히 먹세! 모처럼 라면이 먹고싶네!"
라고 했다. 힘들게 일하고 밥을 차리려면 이것저것
챙기느라 아내가 또 힘들 것만 같았고 자주 먹지는
않지만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뜨끈뜨끈하게
끓인 라면이 생각난 것이다. 아내는 떡라면을 끓여
새로 꺼내 익힌 김장 김치와 함께 차려놓아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라면같은 인스턴트 식품을
썩 즐기지는 않지만 모처럼 먹어서 그런지 좋았다.
점심 식사후,
촌부의 오랜 습관인 오수를 잠시 즐겼다. 회사에서
식사후 한 시간 가량 쉬면서 낮잠을 즐기다가 보니
그만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대로 오후 일에
능률이 오르는 것 같아 괜찮은 버릇이 아닌가 싶다.
쉬는 날에는,
거의 읍내에 다녀오곤 한다. 자동차가 없이는 아내
혼자 나갈 수가 없으니까 촌부가 쉬는 날 모든 것을
몰아서 볼 일을 보는 것이다. 아내가 쉴겸 공과금도
내야하고 마트도 가야하고 보건소에도 다녀오자고
하여 나갔다. 이것저것 볼 일을 보고 들어왔다.
늦가을,
아니 초겨울 해는 정말 짧은 것 같다. 읍내에 다녀
왔더니 이내 밭엔 해가 지나가 그늘이 지고 있었다.
부랴부랴 작업복을 챙겨입고 밭으로 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밭설거지 마지막 단계, 멀칭비닐을 벗겨
내는 것과 밭고랑에 덮어놓은 부직포를 벗겨내는
일이다. 우선 밭고랑에 잡초가 나오는 걸 막으려고
덮어놓은 부직포를 걷는 일인데 바람에 날아가지
못하게 중간중간 ㄷ자 모양 고정핀을 박아놓은 것을
뽑아내는 것이 꽤나 시간을 잡아먹는 것이 아닌가?
박을 땐 쉬워도 뽑아내는 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잠시후에 아내가 나와 그 일을 하고 촌부는 먼지가
풀풀 나는 멀칭비닐 벗기는 일을 했다. ㄷ자 고정핀
뽑는 것을 마친 아내는 밭고랑 사이에 덮어놓았던
부직포를 돌돌 말아가며 걷어내는 일을 했다. 사실
우리 밭은 텃밭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크고 꽤 넓다.
해는 이미 서산으로 넘어가고 땅거미가 질 무렵이
다 되어 일이 끝났다. 다시 사용할 농자재는 눈, 비
안맞는 곳으로 옮겨놓고 걷은 멀칭비닐은 마을에서
공동수거하는 곳이 있어 내려가서 가져다놓고 왔다.
이제 드디어,
2020년 산골 부부의 텃밭농사는 끝났다.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이다. 멀칭비닐을 다 걷고나서 만세를
불렀다. 지난 세 계절 함께 농사짓느라 고생했다며
아내에게 그리고 촌부 스스로에게 환호성을 질렀다.
저만치 밭 한가운데에서 아내는 두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것을 길러 아낌없이 내어
준 밭이 너무너무 고맙다고 그리고 땅이, 흙이, 우리
사는 이 자연이 너무 고마워서 감사한 마음을 담아
두손 모아 감사의 기도를 했단다.
오늘 아침도 여전히 춥다. 영하 6도, 서리가 하얗게
지붕을 덮었다. 이른 아침 난롯불을 지펴놓고 잠시
밖에 나가 텅빈 밭을 돌아보고 왔다. 어제 조금 힘이
들긴 했지만 밭설거지를 마무리한 것이 다행이구나
싶었다. 이제 본격인 겨울이 시작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