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밭설거지
2020년 11월 8일 음력 庚子年 구월 스무사흗날
밭은
지난 따뜻한 초봄부터
찌는 듯한 무더운 여름을 거쳐
선선한 바람이 좋았던 늦가을까지
우리들에게 너무나 많은 걸 내어주었다.
이렇듯
땅은, 흙은, 자연은
거짓이 없고 가식이 없어서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그러니까 밭주인의 하기 나름에 따라
아주 많이 내어주기도 하고
때론 적게 내어주기도 한다.
아무튼
많고 적음을 떠나
우리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최소한의 예의라고 할까,
감사한 마음의 표시라고 할까?
땅에서, 흙에서, 밭에서 받은 만큼
우리도 고마움의 표시를 해야한다.
이제
밭은 기나긴 겨울동안
다음해를 위하여 쉬게 해야 한다.
가벼움으로 푹 쉬게 하기 위하여
애초의 모습 그대로 홀가분하게
맨 땅으로 쉬게 해주어야 한다.
바로
그것이 흔히들 말하는
'밭설거지'라고 하는 것이다.
잘라낼 것은 잘라내고
뽑아낼 것은 뽑아내고
걷어낼 것은 걷어내어
땅, 흙, 밭의 본래 모습으로
편히 쉴 수 있게 되돌려 놓아야 한다.
아내가
시나브로 큰밭의
마른 고춧대며 콩대를 모두 뽑아놓았다.
묶어둔 고추끈을 하나하나 자르고 풀고
중간중간 박아놓은 지지대를 뽑아내는 일은
아낙네가 하기에는 꽤나 힘들었을텐데...
고생하고 수고했노라고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퇴근후
잠시 밭에 나가
줄콩 마른 넝쿨을 걷었다.
아주 성가신 것이 줄콩 마른 넝쿨 걷는 것이다.
유인줄을 칭칭 감고 제멋대로 뻗어나가 있어
그냥 마구잡이로 걷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물망 울타리를 걷어내고
뽑고 자르고 걷어낸 것들을
손수레에 싣고 퇴비장으로 나르고
멀칭비닐을 걷어내면 밭설거지는 끝난다.
올 한 해 텃밭농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기온이 낮은 영상 5도,
한 이틀 따뜻해서 좋았는데
오후부터 차츰 기온이 떨어져서
내일부터는 또다시 추위가 몰려온단다.
이제 추워지면 추워졌지 따뜻해지지는 않을게다.
입동이 지나 겨울에 접어들었으니...
빨리 밭설거지를 끝내고 겨울을 맞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