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강타한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걱정된다.
산골생활은 도시와는 달리 기후변화에 민감하기에 메스컴을 통해 태풍피해 모습을
보노라니 내가 닥친 아픔처럼 가슴아프다. 몇해전의 아픔이 생각나서...
힘들겠지만 빠른 복구가 되기를 빌어본다.
여름 잘 지내셨어요~???
이곳 산골의 지난 여름은 무척이나 무덥고 지루하고 비가 자주내렸다.
많이 축축하고 습하기는 하여도 도시처럼 열대야는 없어 다행이었다.
휴가철이라 찾아오신 손님시중에 바빴고, 비가 자주내려 하루가 다르게 쑥쑥 고개를
내미는 잡초들과의 한판승부를 하노라면 땀으로 온몸이 젖어 하루에도 몇번을 씻는다.
하루에도 몇벌을 벗어던지는 속옷때문에 아내의 불평과 성화가 이만저만 아니다.
그 성화에도 불구하고 구슬땀을 뻘뻘 흘리며 밭에 나가 잡초매며 꽃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씨앗뿌려 모종심어 무럭무럭 자란 잎채소들이며 열매채소들을 가꾸며 한여름을 보내느라
촌부의 모습은 거무틱틱하여 구릿빛이다. 하지만 뿌듯함은 이루말할 수가 없다.
며칠전 일이다!
봄부터 지금까지 텃밭은 푸르름으로 가득하였지만 여름이 끝날즈음 처서무렵에는 김장배추를
심어야한다. 아직 풋고추가 주렁주렁하고 들깨, 피망, 상추, 치커리, 아욱, 토마토는 한창인데도
아깝지만 뽑아내야만 한다. 어쩔수 없이 겨울나기를 위해서는 더 중요한 먹거리 농사가 배추라서...
고춧대를 뽑아내려니 그 많은 풋고추를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너무 아깝다. 해마다 겪는 아픔이다.
어느해에는 도시에서 다니던 절에다 보내기도 하였고 다행히 뽑는 날 손님이 계시면 드리곤했다.
온 식구가 고추를 따는데 비가 부슬거렸다. 그래도 아까우니 어떡하겠는가? 고춧잎과 들깨잎을
따던 아내가 말하기를 " 당신 친구분중에 식당하시는 분들께 보내드리면 어떨까? " 했다.
그래 그러자! 하고 몇몇친구, 친지,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주소를 물어 보내주었다.
밭에서 따서 포장하여 택배로 가는 동안 조금은 진무른 것도 있었겠지만 고맙다는 전화와 문자를
보내온 친구들과 지인, 친지들께 아주 작은 것이지만 함께 나눔이란 것을 실천하여 너무 좋았다.
이런 즐거움과 흐믓함에 이른 봄부터 지금까지 흘린 땀의 보람을 느낀다고나 할까?
풋고추를 받은 어느 친구의 이런 문자에 아내와 함께 깔깔대며 웃었다.
"애써 자식같이 키운 고추에서 촌양반 정취가 흠뻑...
고추 잘 먹고 팔자에 없는 고추자식한번 맨들어 볼까나!
잘 나눠 먹을랍니다. 감솨~!!! "
나는 이렇게 답신문자를 보냈다.
"허허.. 이 사람 나이가 몇개인데 이제사 고추생산을 하시겠다고...???
참으시게~!!!"
아침 잠이 없는 나는 이곳에서의 생활중에 지금껏 아침을 무척 즐긴다.
자는 시간은 일정하지를 않아도 아침은 어김없이 늘 같은 시간이다.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아주 못된 버릇이란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습관이고 버릇인걸...
이른아침 가만히 일어나 냉수 한사발을 마시고 아내가 일어나면 마시라고 냉수한컵을 떠다가
놓고 까치발로 계단을 내려와 현관문을 열고 나오지만 이 놈의 복실이와 꽁지놈이 산통을 깬다.
그래도 나는 아침이 좋다!
촌부가 아침을 좋아하는 사연은...???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지지배배 지저귀는 산새 소리
맴맴맴 울어대는 매미 소리
찌르륵찌르륵 풀벌레 소리
컹컹 멍멍짖어대는 강아지 소리
촌부와 함께하며 아침을 여는 소리들이고,
산에서 불어오는 촉감좋은 산들바람
가슴속을 시원하게 파고드는 새벽공기
앞산 뒷산 옆산의 자욱한 아침안개
이슬에 젖고 빗물에 젖은 촉촉한 흙내음
방울방울 이슬맺힌 풋풋한 풀잎과 나뭇잎
촌부가 이른 아침을 여는 즐거움이라네!
날씨에 무척이나 신경쓰일 시골생활이겠지만...
이곳 서울 친구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