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2020년 10월 29일 음력 庚子年 구월 열사흗날

이미

땔감준비는 해놨고

이제

김장도 마쳤으니

일단 겨울채비의 큰 일은 끝이 났다.


그럼

남는 시간을 뭘로 채워볼까?

뽑다남은 가을 채소가 남았으니

아직 밭설거지는 할 수가 없고

마른 꽃대자르기 작업을 위하여

예초기를 짊어져야 하는데 그건 하기가 싫다.


또 있구나!

임시 장작집도 지어야 하고

20년만에 하기로 계획한

대대적인 앞뜨락 정리작업을 해야만 한다.

이거 원, 이놈의 산골살이는 일이 끝도 한도 없네.

내가 선택한 삶이니까 그냥 즐기면서 하자고

스스로 토닥거리며 일을 시작해본다.


우선 

오래전 초창기에 여기저기서 주워다놓은

크고 작은 돌부터 치워보기로 했다.

우와~ 돌이 엄청나다.

무슨 돌을 이렇게나 많이 주워다 날랐을까?

그런데 커다란 돌 두 개는 들 수가 없다.

20년전에는 번쩍 들고와서 놓았던 돌인데

20년이 지난 지금은 들 수가 없어 굴려서 치웠다.

이제 세월이 지났고 나이를 먹었구나 싶은 생각에

한숨을 몰아쉬며 세월감에 신세한탄을 하게 된다.


에라, 

모르겠다!

모처럼 마실이나 다녀오자!

꽉찼던 들판의 밭들이

훵하게 비워져 가고 있다.

모두 가을걷이를 다 마친 것 같다.


"어이, 아우!

요즘 뭘하고 지내시나?"

"이제 할 일이 없어 놀고 먹지요.

이따금씩 산에나 올라갔다 옵니다."

"뭐가 좀 있던가? 더덕이나 잔대같은 거..."

"이제는 그런 것도 보이질 않아요. 씨가 말랐는지..."

마을 아우와 오랜만에 만나 나눈 대화이다.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오는데

제수氏가 "어제 담근 갓김치인데 맛이나 보세요."

라며 비닐봉지를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내려 가기만

하면 늘 뭐든지 챙겨주어 빈손으로 오는 적이 없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올라왔다.


아내는 

현관에서 자잘한 쪽파를 다듬고 있었다.

"쪽파가 하도 잘아 다듬기가 힘드네."

"농사를 잘못지어 미안하구랴! 대충하고 치우게!"

아깝다며 끝까지 고르고 고르는 아내에게 미안했다.

안에 들어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아내가 

"또 뭘하려고? 오늘은 그만 쉬시지?"라고 했다.

"놀면 뭘하나? 앞뜨락 정리작업을 해봐야지!"

"뭐 그리 급한 일도 아닌데 뭘 그러슈?"

"그렇기는 하지만...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오전에 

돌을 치우다 말았는데 그 일은 또 하기가 싫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전에 버리기 싫은 야생초를

옮겨심어야 되겠구나 싶었다. 귀한 꽃 개불알꽃을

현관입구 왼쪽 팥배나무옆으로 옮겨심어 놓았다.

그리고는 아내가 한 그루를 얻어다 번식을 시킨

삼지구엽초를 흙이 붙은채 떠다가 옮겨심었다.

그다음은 이미 꽃대와 잎이 시들어 흔적도 없이

땅속에 숨어있는 은방울꽃 뿌리를 찾아 캐내고

현관으로 들어오는 오른쪽에 길게 심어놓았다.

아직 많이 남았다. 더 파내 옮겨심어야 하는데 날이

저물어 더 일을 할 수가 없어 다음날에 하기로 했다.

키가 작은 삼지구엽초와 은방울꽃으로 현관으로

들어오는 양옆을 채우기로 한 것이다. 다른 야생초는

무작위로 파내서 옮기거나 나머지는 버릴 생각이다.

더덕이나 잔대같은 것은 나오는대로 큰 것은 먹고

잔 것은 옮겨심으면 된다. 드디어 20년만의 앞뜨락

정리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시나브로 하다보면

11월 중으로는 마무리가 되겠지?


오늘은

다시 추위가 몰려왔다.

영하 5도의 기온에 온통 얼어붙은 느낌이다.

당연 서리도 하얗게 내려앉았고...

휴~ 시기를 맞춰 김장을 참 잘했구나 싶다.20201029_065349.jpg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