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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고추농사, 성공작으로  마무리!


2020년 10월 22일 음력 庚子年 구월 초엿샛날

드디어 산골 아낙의 소박하지만 절실한 꿈, 자그마한

듯하지만 너무나 커다란 꿈이 이루어졌다. 고춧가루

자급자족이라고 하는 바로 그 꿈, 소원을 이룬 것이다.

산골살이 20년만에, 그것도 일기가 고르지 못한 악전

고투 끝에 이룬 것이라서 더 값지고, 더 기쁜 것이다.

사상 유례없는 긴 장마와 큼지막한 세 개의 태풍으로

각종 농사가 엉망이 되어서 농산물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는 뉴스에 주부들의 시름은 깊어간다고 했다.

우리도 텃밭농사로 기르는 것 외는 읍내 채소가게에

가서 사다먹는다. 단골 채소가게 아주머니도 물가가

너무나 올라서 비싸게 팔게 되어 미안스럽다고 했다.

고추농사 이야기를 풀어놓다 말고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그래도 할 말은 하고 넘어가자!


그런데 가끔 이런 의문이 들곤 한다. 농민들이 수매를

하고 받는 가격에 비하여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는 그

채소의 금액은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차액은 농협을 비롯한 중간 도매상들이 차지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보면 애호박 하나에 소비자 가격은

2,000원인데 반하여 생산자인 농민이 수매하고 받는

가격은 고작 20~30% 정도되는 500원 안팎이라고

한다. 공산품을 이렇게 판다면 대한민국 기업은 모두

망한다고 난리법석이 날 것이다. 농산물이나 수산물

유통구조가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소비자는 비싸게 부담하니 가계에 타격을 받게 되고

생산자인 농민과 어민은 쎄가 빠지게 고생고생해도

인건비에도 못미치는 가격을 받는다면 얼마나 속이

상하겠는가? 그러니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농어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농촌, 어촌을

잘 아는 곳에서 태어났지만 어려서 서울로 전학하여

시골 생활 여건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20년 동안 텃밭농사를 짓다보니 이제는 농민들의

심정이나 애환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유통상의

문제점이 개선되어 서로가 원만하게 상생하는 그런

유통구조가 형성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옛말에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여

'농사는 천하의 가장 큰 근본이 되는 중요한 일'이라

했다. 농경시대에 만들어진 말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먹고사는 것은 농사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니겠는가?

비록 텃밭농사이긴 하지만 농사를 지어보니 이 말의

참뜻을 제대로 알겠더라는 것이다. 아내와 함께 읍내

방앗간에 고추를 싣고 고춧가루를 빻으러 갔다. 마을

아주머니 두 분, 일면식도 없는 다른 마을 아주머니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가져온 마른 고추를

서로 만져보며 농사를 지어온 이야기, 고추를 말리는

이야기, 특히 궂은 날씨 이야기까지 이런저런 애환,

고충을 듣고나니 짠한 마음이었다. 그나마 우리 고장

평창의 봉평은 다른 고장에 비하여 피해는 덜 하였다.

다행스럽게 우리의 텃밭농사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좋아서 우리도 넉넉하게 먹고

나눔도 꽤 많이 했었으니 말이다.


특히 아내가 소원하며 정성과 심혈을 기우려서 지은

고추농사는 아주 좋았다. 더불어 건조기까지 구입해

말리느라 노심초사했던 지난 가을날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방앗간 주인 아주머니는 물론이고 옆에 계신

다른분들의 칭찬에 고추모종을 심는 것부터 시작하여

정성껏 보살폈고 빨갛게 잘 익은 붉은 고추를 따다가

온도와 시간을 맞춰가며 건조기에 말리고 하나하나 

일일이 닦느라 고생을 많이 했던 아내는 두말할 것도

없고 촌부도 마음이 놓이면서 어깨가 으쓱했다. 정말

잘 길렀을 뿐만 아니라 아주 제대로 알맞게 잘 말려서

고추 색깔이 너무 좋다고 하였다. 무슨 경연대회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잘했다고 극찬을 받는 느낌이었다.

사실 올해는 비피해 때문에 고추농사가 전반적으로

잘 안돼 시중 가격이 상당히 비싸게 거래가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거둔 고추농사 성적이 예상외로 좋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뿌듯하고 흐뭇하겠는가? 사실

그동안은 우리도 붉은 고추는 마을에서 사다 먹었다.

솔직히 말해서 자급자족을 위한 고추농사는 올해가

두 번째 해다. 지난해는 건조기도 없이 마을 아우네의

도움으로 겨우 자급자족을 했으나 올해는 큰 맘 먹고

고추를 재배하는 양도 늘리고 건조기까지 구입했다.

그 결과, 자급자족은 물론 건조기 값도 어느 정도는

건지게 되었다. 아내의 고추농사는 목표를 달성했다.

산골 부부의 올해 고추농사는 고춧가루 빻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며, 성공작으로 끝이 났다.


참고로 고추 무게의 측정에 대해 알아보았다.

흔히들 시중에서 고추의 무게를 말할 때 사용을 하는

측정 단위를 근(斤)으로 말하며 관(貫)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라 지역별로도 차이가 나면서

틀려서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특히

고추 무게를 말할 때 건고추 1근은 600g이라 하는

반면 고춧가루 1근은 500g이라고 말한다. 왜 그런

것인가 하고 마을분들에게 알아봤더니만 고춧가루는

꼭다리와 씨앗의 무게를 빼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시중에서 고기 1근은 600g인데 반하여 채소의

1근은 400g을 말한다. 정말로 복잡하고 헷갈린다.

미터법에 의한 도량형은 10배수로 측정하는데 반해

전통 도량형은 측정법이 달라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1관은 10근이 아닌 6.25근이다.

이 촌부도 1관이 10근인 줄로 알고 있으니 말이다.

오래전 1960년대 초부터 미터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농업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아직도 전통 도량형을

사용하고 있어 이러한 혼선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옳다, 그르다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가끔 혼선이 

생겨 서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것 같아 다소

불편한 점이 없잖아 있는 것 같다.20201022_01174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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