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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굴뚝 청소부


10월 17일 음력 庚子年 구월 초하룻날

오늘 아침은 어제처럼 기온이 더 떨어지지는 않았다.

영상 1도, 어제보다 높다. 하지만 여전히 지붕위에는

서리가 내려 하얗다. 그래도 차가워 난롯불을 지폈다.

불이 잘 붙는다. 바깥 연통에서 연기도 쭉쭉 빠진다.

어제 저녁무렵에 난로 연통청소를 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조금 일찍 난로 연통청소를 했다.

어느새 이른 아침으로 된서리가 내리고 첫얼음까지

얼었으니 아침마다 난롯불을 지피게 된다. 올가을엔

벌써 여러날 난롯불을 지피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난롯불을 지피기 시작하기 전에 연통청소를 했는데

올해는 조금 이른 추위에 연통청소를 하기도 전부터

난로에 장작을 넣고 난롯불을 지핀 것이다. 그런대로

불이 잘 들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는 다른 날과는

달리 불이 잘 안 붙고 실내 연통 이음새에서 연기가

새어나오는 것이었다. 아차 싶었다. 연통청소를 해야

할 시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미룬 것이

화근이었다. 다행히 불은 잘 붙었고 더 이상 연기는

새지가 않았으나 뒤늦게 잠에서 깬 아내가 2층에서

내려오며 매워 죽겠다고 했다. 여차저차해서 그렇게

되었으니 잠시만 참으라고 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 후, 오늘은 연통청소를 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켰다. 


아침에 난롯불을 지피며 연통에 새어나오는 연기로

집안이 매캐했던 것이 종일 마음에 걸렸다. 다른 날

보다 조금 빨리 퇴근을 하여 연통청소를 하기로 했다.

해마다 두어번 하는 일이지만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제법 시간이 걸린다. 우선 긴 연통을 쑤셔야 하는 긴

막대기 끝에 안쓰는 수건을 동그랗게 뭉쳐서 끈으로

빠지지않게 칭칭 동여매는 일부터 한다. 그 다음에는

거실 안쪽에 긴 사다리를 펼쳐 설치해놓고 올라가서

연통에 넓은 비닐봉지를 매달아 놓는다. 바깥쪽에도

마찬가지로 긴 사다리를 설치한 다음에 연통에 넓은

비닐봉지를 매달아 놓는다. 연통 해체후에 떨어지는

그을음이 사방 날리고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여러번 하다보니 이런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그 다음은 안쪽과 바깥쪽, 양쪽의

연통 뚜껑을 드릴을 이용하여 나사를 뽑은 다음에

해체를 하게 된다. 그리고 나서 안쪽에서 미리 준비

해놓은 길다란 막대기로 연통을 쑤시면 바깥쪽으로

그을음이 밀려나가서 비닐봉지에 떨어지는 것이다.

지난 초봄까지 난롯불을 지폈고 가을에 들어서면서

벌써 여러번 불을 지펴서 그랬는지 그을음이 장난이

아니게 많이 나왔다. 이렇게 그을음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으니 불이 잘 안 붙고 연기가 새어나올 수밖에...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조수가 더 힘든 것 아닌가 싶다.

긴 사다리에 올라가 있는 촌부는 조수 역할을 하는

아내에게 온갖 요구를 한다. 드릴, 피스, 사다리 잡아,

막대기 올려줘, 연통 뚜껑 받아...등등 마치 공사판

십장 노릇을 한다고 할까? 그래도 아내는 군말없이

잘한다. 이제는 여러번 해오는 일이라 손발이 척척

잘 맞는다. 촌부가 안에서 바깥으로 그을음을 밀어

내고, 바깥에서는 연통밑에서 위로 쑤셔대는 사이

아내는 연통 뚜껑을 시냇물에 내려가서 깨끗이 씻어

온다. 다시 해체했던 역순으로 조립을 하고 사다리

두 개를 접어놓으면 연통 청소작업은 마무리가 된다.

이제 오는 12월경에 한번 더 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전원생활이라는 것이 겉으로 보는 것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도시생활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며, 더 힘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껏 20년간 겪어오는 경험에 의하면

전원생활은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살다보면 알게

모르게 애환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제와

같이 굴뚝 청소부도 되어야 하고, 농부도 되었다가 또

나뭇꾼도 되었다가, 보일러실과 모터울 점검도 하고,

때론 전기 수리도 하며, 정원사도 되어야 하는 것이고

또 목수가 되기도 하는 등 수없이 많은 일들을 최소한

조금씩은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응급조치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생활이 오래전부터

꿈을 꿔왔던 것이라서 좋다며 20년째 이렇게, 이러고

살고있는 산골부부이다.20201017_07080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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