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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단풍과 된서리, 영하 1도...


10월 15일 음력 庚子年 팔월 스무아흐렛날

10월도 어느새 반이 지나가고 있다. 엉뚱한 촌부는

허구한 날 세월이 빠르다고 세월 타령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가 들면 가장 겁나는 것이 바로

세월감이라고 하더니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가는 세월은 자연적이고 당연한 이치인 것, 제까짓

촌부가 세월감을 두려워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내게 주어진 운명이 지금의 현실이라면 가타부타를

해봐야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넉두리에 불과한 것,

잔소리로 일관하지말고 조용히 순응을 해야 하겠다.


전날 끝물 고추를 12군데에 보냈더니 잘 받았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전화를 받았고 똑같은 말로 대답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도 있고

농사가 힘들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있어서 모두 다

우리의 수고로움에 고마워 했다. 혹시나 끝물 고추를

보내게 되어 은근 걱정을 했다. 그러나 우리 사정을

매일 SNS상에 올리는 촌부의 단상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며 다들 너무나 고마워 했다. 참 잘했구나 싶다.

이럴때 텃밭농사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나눔이라는

것은 좋고 나쁨, 크고 작음, 많고 적음을 떠나서 보낸

사람의 정성이 소중한 것이며, 받는 사람의 마음이나

자세 또한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다행히 받은 분

모두가 다 좋아라 하여 다행스럽다. 나눔의 기쁨이

이런 것이구나 싶고, 우리 부부의 작은 정성과 마음이

잘 전달된 것 같아 너무나 흐뭇하다. 그런데 두 집은

아직 도착을 안한 모양이다.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오늘은 도착을 하겠지?


오늘 아침은 또다시 수은주가 곤두박질하여 꽤 춥다.

온도계 관측으로 영하 1도까지 떨어져서 고인 물이

얼지 않았을까 싶었으나 얼음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주변은 단풍으로 물들어 예쁜데 지붕위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았다. 오늘 서리는 된서리가 아닌가

싶다. 된서리가 내리고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것은

겨울이 오고있다는 증거인데 벌써 추위 걱정을 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구나 싶으니 느긋하게 살자고 했던

마음임에도 불구하고 조바심이 고개를 드는 것 같다.

텃밭농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추농사가 끝난

상태라서 다행이지만 콩이 조금 남아있다.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는 않지만 콩이 익기전에 추위가 닥치면

지난해처럼 쭉정이만 남아있을까 싶어 염려가 된다.

가을 채소도 마찬가지다. 배추는 그런대로 잘 자라고

있고 무우와 청갓은 제구실을 할 것 같은데 총각무와

쪽파는 느낌이 좀 이상하다. 앞으로 15일에서 20일

사이에 제대로 자라게 될까 의심스럽다. 잘 되겠지?

고추농사가 끝났으니 지금부터는 가을 채소들과 함께

놀아야 하겠네.


해질녘 밭을 돌아보다가 넝쿨과 잎이 거의 말라가고

있는 호박밭에서 마른 잎사귀 사이에 숨어있던 맷돌

애호박 2개를 발견하여 따고 돌아서려는데 저만치

애호박 하나가 숨어 늙었는지 길다랗고 노르스름한

모습이 풀섶에서 보여 따왔다. 집으로 들어오다가

문득 엇그제 끝물 고추를 따던 날 아삭이, 청양, 꽈리

고추를 따지않은 것이 생각났다. 부랴부랴 플라스틱

양동이를 들고 땄더니 아삭이 끝물 고추는 거의 1통

가까이 땄으나 이미 아내가 저장용으로 미리 땄다는

청양과 꽈리고추는 얼마 되지는 않았다. 깜빡 잊고

그냥 두었다면 아깝게 추위에 얼려서 버릴 뻔 했다.

고추와 호박 농사의 마지막 수확은 이렇게 끝났다.IMG_20201015_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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