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고추농사 마무리
10월 13일 음력 庚子年 팔월 스무이렛날
이제 계절은 하나 둘 마무리를 해야 하고 접어야 할
시기가 되었다. 결실을 거두고 나면 끝마무리를 잘
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뒷산을 오르내리며 시나브로 주워다 놓은 잣송이를
읍내 수집상에 내다 팔았다. 올해는 잣이 흉년인지,
해거리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예년에 비해 훨씬
양이 적다. 해마다 이맘때면 벌써 몇 번은 몇 포대씩
주워다 놓은 잣송이를 내다 팔아 용돈벌이를 했는데
올해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두 포대를 내다 팔았다.
그런데 기쁜 것은 올해는 잣이 귀한 탓에 엄청 비싼
값에 팔았다는 것이다. 지금껏 해마다 잣송이를 주워
팔아 용돈벌이를 해왔지만 kg당 가격이 예년에 비해
거의 3배에 가까워 놀라웠다. 전혀 예상하거나 기대
하지도 않았는데 제법 쏠쏠하게 챙겼다. 기쁜 일이다.
그러나 아쉽지만 올해는 이제 더 이상 팔 것이 없다.
남은 것은 우리가 먹은 정도, 잘 말려 뒷작업을 해야
겠다. 이렇게 단 한번으로 잣송이 판매는 끝이 났다.
며칠전 사나흘 내린 서리로 인하여 고춧잎이 냉해를
입었다. 날씨가 평년 수준으로 회복이 되었지만 한번
냉해를 입기 시작하면 회복 못하는 것이 추위에 약한
고추라서 아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가 없이 모두 따야
한다. 하긴 예년에 비해서는 오래 밭에 머무르고 있는
올해의 고추들이다. 그동안 끝물 고추를 따느라 아주
고생을 했었는데 올해는 아주 여유롭게, 느긋하여 잘
마무리했다. 어제 오전에 읍내에 나가 잣송이를 팔고
면사무소에서 민원서류를 발급하여 원주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 시간이 애매하여 악기점에 들려 소품을
산 다음 서점을 찾아 아내가 필요로 하는 악기 교본을
샀다. 이따금씩 가는 설렁탕집에서 점심을 먹고나서
목적한 일을 마무리하고 잠시 마트에 들렸다가 곧장
집으로 향했다. 끝물 고추따기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른 일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작업복을 갈아입고 밭에 나갔다.
아직은 고추가 싱싱하고 익어가는 것도 꽤 많고 이제
꽃이 피는 것도 있다. 늦었다. 더 이상 밭에 둘 수 없는
것이 바로 고추이다. 된서리 한번이면 그냥 끝장나는
것이 바로 고추이니까 아깝지만 모두 다 따내야했다.
아내는 아주 손이 빨랐다. 사실 고추농사 중에서 따고,
말리는 일은 전부 아내가 해왔기에 이제는 숙달되어
프로 수준이다. 어찌나 빠른지 촌부가 한 고랑을 따고
나면 아내는 벌써 두 고랑을 따고 있는 것이다. 애써
지은 농사인데 보고 또 보고, 살피고 또 살펴서 고추
하나라도 그냥 두지않고 따려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았다. 알뜰함이 몸에 밴 사람이라서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끝물 고추따기를 하였고, 따놓은 고추가 손수레로 세
번을 카페로 실어 날라야 했다. 고추따는 일을 마치고
났더니 날이 저물어 선별작업과 포장작업은 더 이상
할 수 없어 오늘 아침나절에 하기로 했다.
이 고추는
필요로 하는 몇몇 집으로 보내게 된다. 우리가 애써
무농약으로 기른 이 고추는 내다팔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좋은 고추다. 아까워 해마다 일일이 따는 것이
다소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이 들기는 하지만 우리가
조금 고생하면 받는 분들이 그만큼 고마움도 느낄
것이란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하게 된다.
이제 오늘 상자에 담아 보내고 나면 고추농사는 거의
마무리를 하게 된다. 아직 건조기에 한번은 말려야
할 붉은 고추를 바닥에 널어놓아 숙성시키고 있으며
그렇게 말린 고추는 읍내 방앗간에 나가 고춧가루를
빻아와야 올해의 고추농사는 완전 마무리가 된다.
고추농사, 기대했던 그 이상으로 결실을 거두어 너무
기분좋고 흐뭇하다. 아내가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렸다.
그나저나 어제 끝물 고추를 따면서 하필이면 벌레가
아내의 눈가를 물었는지, 벌에 쏘였는지 눈이 퉁퉁
부었다. 흔히들 하는 말처럼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
냉찜질을 해주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 아무래도
아침 먹고 보건소에 다녀와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