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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가을이 좋은 이유


10월 10일, 음력 庚子年 팔월 스무나흗날

맑고

푸르고

더 높은 하늘이 좋다.


울긋불긋

형형색색

물이 든 단풍이 좋다.


소박하게

아름답게

꽃이 핀 들꽃이 좋다.


파릇파릇

싱그럽게

자라는 채소가 좋다.


우리들 곁에

성큼 다가와 자리한 가을,

이 넉넉한 계절이 너무 좋다.


이 좋은 계절은

오자마자 떠날 채비부터 하고 있다.

가을을 그냥 보내기가 싫은데...


모두들 가을을 풍요롭고 풍성한 계절이라고 말한다.

촌부 역시 그렇게 생각을 한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

보다 이 가을이란 계절은 촌부에게는 더 남다른 것이

아닐까? 가을에 태어난 추남(秋男)이고 또다른 뜻인

추남(醜男)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남들보다도

더 뜻깊게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도시에서

살던 때에는 이런 느낌이 없었다. 산골살이를 하면서

가을이 기다려지고 더불어 가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싫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저 가을이 좋아서 그렇다.


사실 산골살이를 하는 촌부의 입장에서 보면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마음이 넉넉하여 그저 좋기는 하지만 몸이 고되기는

하다. 그만큼 해야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올해는 일찌감치 땔감용 나무를 준비해놓아 느긋한

기분이다. 하지만 남은 일이 수월찮다. 벌써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여 마음이 조급하다. 특히 텃밭농사의

절반을 차지하는 고추농사는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릴

때가 된 것 같다. 추위에 약하여 몇 번의 서리에 잎이

냉해를 입은 것 같다. 고추는 아직 냉해를 입은 정도

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더 이상 붉은 고추로는 익을

것 같지가 않다. 설령 익는다 하더라도 상당히 더딜

것이고 더 이상 욕심을 내다가는 끝물 풋고추까지도

못 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며칠내로 전부 따야겠다.

끝물 고추라고 하여 평상시 고추와 다른 것은 전혀

아니다. 제초제, 살충제 같은 농약을 전혀 치지않은

무농약이다. 상당한 양이 되는 끝물 고추는 꽤 많은

분들과 나눔을 하게 된다. 절임고추, 삭힘고추 또는

장아찌용으로는 손색이 없어 몇몇 지인들께 드리게

될 것이다. 아마 이 끝물 고추의 나눔이 올해 촌부네

텃밭농사의 마지막 나눔이 될 것이다. 벌써 뿌듯하다.

이 또한 가을이 좋은 이유 중의 하나이다.IMG_20201010_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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