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신나는 땔감나무 작업


10월 6일, 음력 庚子年 팔월 스무날

오늘 아침은 어제보다도 더 기온이 떨어진 것 같다.

이틀째 하얀 서리가 내렸다. 일어나자마자 부랴부랴

고추밭으로 쫓아나갔다. 고추는 추위에 가장 약하기

때문에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아직은 된서리가 아닌

물서리인 것 같다. 잎파리도 고추도 얼지않은 것 같다.

또 추위에 약한 무우도 괜찮다. 배추를 비롯한 다른

채소도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내일

부터는 날씨가 풀린다고 하니까 좀 더 추이를 살펴야

겠다. 가을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벌써부터 추위를

걱정하게 되다니...


이른 아침 기온이 사정없이 곤두박질을 했던 어제,

갑작스런 날씨의 변화에 마음이 바빠진 산골부부...

생일이라고 차려준 아내의 아침밥상이 너무 고마워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아주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오늘은 뭘 할까?"라고 했다. 쉬는 날이면 촌부가

아내에게 늘상 하는 말이다. 촌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바로 아내가 말했다. "땔감용 나무 작업을

해야하지 않을까? 날씨도 추워지는데 어서 해놔야

마음이 놓일 것 같은데... 그런데 당신 생일이라서 좀

그러네. 다음에 할까?" 그렇잖아도 이번 쉬는 날에는

얼마전에 마을 아우의 도움을 받아 땔감용으로 인근

제재소에서 사다놓은 토막나무를 장작집으로 나를

생각이었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에 아내가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아내의 말을 듣자마자 "이 나이에

생일은 무슨, 빨리 나무작업부터 해야지, 하자구!"

라고 말하며 작업준비를 하고 나갔다.


이른 아침은 쌀쌀했지만 햇살이 퍼지자 날씨는 정말

좋았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라고 할까? 구름 한 점이

없는 더 높고 푸른 하늘이 얼마나 좋은지 몰랐다. 또

가을 햇살이 따사로와 일을 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나무토막이 담긴 대형 마대포대를 풀었다. 크고 작은

나무토막의 형태가 너무 다양했다. 하긴 제재소에서

목재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나무라서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고 크고 무거웠다. 우리는 토막나무라서 그냥 바로

땔감용 장작으로 사용하는 정도의 크기와 무게라고

생각했는데 네 개의 마대포대에 담긴 나무 대부분이

상당히 넓고 크고 무거운 것이다. 도끼 작업을 한번은

해야만 할 것 같다. 오히려 다행인지 모른다. 꽤 넓고

두꺼운 나무를 그냥 넣으면 불을 지피기가 쉽지않을

것 같으니까 말이다. 


장작용 통나무나 죽데기 잘라놓은 것보다 나르기가

훨씬 수월하고 쌓기도 편했다. 아내와 함께 포대에서

나무를 꺼내 손수레 싣고 밀고와 장작집에 차곡차곡

쌓았다. 나무토막 하나를 한 손으로 들기가 버거운

것이 많아 하나하나 두 손으로 들어 쌓다보니 시간이

꽤 걸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높아질수록 소형 사다리

위에 올라가 작업을 해야했다. 촌부는 사다리를 타고

서있고 아내는 손수레에서 나무를 꺼내 전해주었다.

대형 마대포대 네 개의 양을 꺼내고 나르고 쌓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그 많은 나무를 나르고 쌓는 일,

힘은 들었지만 우리부부는 신나게 일을 했다. 해마다

땔감용 장작 작업을 해왔지만 예년에 비하면 올해는

힘들다고 말을 할 수 없다. 예전에는 산에서 나무를

해다 지게에 지고 나르거나 어깨에 매고 나르거나 또

밧줄로 묶어 끌고 오거나 했고 그 나무를 엔진톱으로

장작용 크기로 토막 내는 작업을 한 다음 장작집에

옮겨야 했다. 그러다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죽데기를

제재소에서 사다가 역시 장작크기로 자르고 나르는

작업을 해야했다. 더 수월하고 더 편리하고 더 값싼

땔감용 나무 마련이 바로 토막나무 구입이었다. 처음

보다 몇 단계의 일이 생략되어 훨씬 더 수월해졌으니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의 땔감용 장작준비도 발전을

한다고 할까, 진화를 한다고 할까? 우리의 겨울채비

중 가장 크고 힘든 것을 해놓았으니 마음이 가볍다.IMG_20201006_1.jpg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