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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중추가절(仲秋佳節)


10월 1일, 음력 庚子年 팔월 보름, 추석날

올해는 생각외로 호박농사가 아주 잘 되었다. 끝물에

가까운 지금까지도 호박이 많이 열려 우리가 먹기도

하고 수월찮게 나눔도 하여 비싼 호박을 얻어 먹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종종 받기도 한다. 어제는 맷돌호박

잘 익은 것을 두 덩어리를 또 수확했다. 지난번에 딴

것과 비슷하다. 무게를 재봤더니 큰 것은 저번 것과

같은 10kg이고 작은 것은 4.25kg이다. 이렇게 큰

호박을 네 덩어리나 수확을 하여서 마음이 뿌듯하다.

어린 애호박을 상당히 많이 수확하여 여기저기 많은

나눔을 한 것도 기분이 좋은데 이렇게 익은 호박까지

수확을 하게 되니 더 한층 텃밭농사의 보람을 느낀다.


어제 저녁무렵 일을 마치고 마을을 한바퀴 돌고왔다.

얼마전에 아들 녀석이 고마운 마을분들께 드리라며

보내온 자그마한 생필품 선물세트를 돌리면서 명절

인사를 하고 온 것이다. 주고받는 선물은 크고 작고,

싸고 비싸고를 떠나서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두들 어찌나 반갑게 맞아주시고 기뻐

하시는지 오히려 죄송스러울 지경이었다. 손수 농사

지은 무우를 잔뜩 뽑아주시는가 하면 만들기가 너무

번거롭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만들어진다고 하는

손수 만드신 그 감자전분을 봉지에 가득 담아주셨다.

그 뿐인가? 생필품 선물세트에, 통밤을 넣고서 만든

바로 쪄낸 뜨끈뜨끈한 송편을 또 다른 집에서는 콩을

넣고 빚은 송편을 싸주셨다. 가지고 간 것보다 더 큰,

더 많은 선물에다 정까지 한가득 마음에 담아왔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과 같아 죄송스럽다.

그래도 이웃간에 이런 따뜻한 정을 나눌 수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흔히들 이럴때는

'아직은 살 맛나는 세상이구나!'라고 하는데 촌부는

조금 더 보태 '아직은 살 맛나는 세상이고, 우리마을

이웃들의 철철 넘치는 따뜻한 정 때문에 더 살 맛는

세상이구나!'라고 말하고 싶다. 


아내 얼굴에 화색(和色)이 돈다. 연신 싱글벙글이다.

모르긴 해도 올 추석은 산골 아낙이 제일 신나는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명절 쇠러 오지못할

것 같다던 하나밖에 없는 아들 녀석이 집에 내려왔기

때문이다. 아내는 아들 녀석이 집에 온다는 소식에

전날 읍내 식육점에 나가서 아들이 좋아하는 돈가스

만들 고기를 사다놓고 아들이 오면 함께 만들겠다고

했는데 어제 둘이서 만든 모양이다. 한가위 명절에는

어울리지 않는 메뉴이다. 하지만 아들 녀석은 어릴적

부터 지 엄마가 손수 만들어주는 돈가스를 나이가 든

지금까지도 가장 으뜸으로 친다. 그래서 지금도 아들

녀석이 집에 온다고 하면 잔뜩 만들어 냉동 시켰다가

들려 보내곤 한다. 아마도 아내의 돈가스 때문에 아들

녀석의 덩치가 山만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이 촌부 역시 아들을 만나게 되니 너무 기분이 좋다.

어제 아침에 '아버지 저 왔어요'라고 하는 말에 너무

기쁜 마음에 나도 모르게 그만 울컥했으니 말이다.

정말 오랜만에 셋이 앉아 즐겁게 식사를 하여 너무나

좋았다. 이런 것이 사람 사는 맛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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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절에 맞이하는 추석 명절이지만

편안하신 한가위 되시기를 바랍니다.^^

강원도 평창 산골촌부 이용식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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