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가을 채소에 물주기
9월 30일, 음력 庚子年 팔월 열나흗날
이번 추석은 쓸쓸한 명절이 되겠구나 싶었더니 아들
녀석이 휴게소에 들리지않고 집에 오겠다고 연락을
했었는데 새벽같이 달려서 이른 아침 집에 도착했다.
반갑다. 다른 산골식구들이 모두 못온다고 했다니까
두 노친네 너무 외로운 명절이 될 것 같고, 또 혼자서
살고있으니 어디 나갈 수도 없어 쓸쓸할 것 같았던
모양이다. 집에 온 것도 우리를 만난 것도 꽤나 오래
되었으며, 며칠후에 다가오는 아비 생일도 챙겨주고
싶어 고민을 하다가 오기로 결정을 했단다. 고맙다.
어제는 뭐가 그리 바빴는지 습관이 되어버린 낮잠을
잘 시간도 없었다. 그렇다고 많은 일을 한 것도, 바쁜
일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괜시리 바쁜 척 했나보다.
전날 저녁식사를 함께했던 마을 아우가 배추를 살펴
보더니 물부족 현상이라며 물을 듬뿍 주라고 하였다.
지금껏 농부로 살아오는 농업 전문가의 조언인지라
즉시 시행을 했다. 지난봄 가뭄에 사용하고 장모님댁
데크에 놓아둔 호스 하나만 연결하여 배추밭에 땅이
흠뻑 젖을 정도로 물을 듬뿍 주었다. 배추밭에 물을
주고나니 큰밭 끝쪽에 있는 무우를 비롯한 다른 가을
채소가 마음에 걸렸다. 몇 이랑 안되는 것이라 호스를
하나 더 연결하는 것도 번거롭고 그럴 필요까진 없을
것 같아 물뿌리개 두 개에 물을 받아 몇 번을 오가며
무우, 총각무, 대파, 쪽파, 청갓, 가을 상추에도 듬뿍
주었다. 우리는 아침으로 이슬이 촉촉하게 내려 설마
채소에 물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생각을 못했다.
얼마전 배추벌레가 생길 조짐이 보여 친환경 방제를
시작하여 어제 두 번째 살포를 했다. 황짱과 옐로우
세이버를 500:1로 물에 희석하여 살포했더니 눈에
띄게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주기적으로 살포를 하면
해마다 쪽집게로 청벌레를 잡는 수고도 덜게 될 것
같다. 올해는 제대로 자란 배추로 김장을 하게 될 것
같아 기대에 부풀어 있는 아내를 위해서 잘 길러봐야
겠다. 그런데 어제 물주기를 하느라 수고를 했는데
오후에 비소식이 있네? 촌부가 날궂이를 했는갑다.
아내가 추석 차례상에 올린다면서 도라지 몇 뿌리를
캐다주면 좋겠다고 하여 뿌리 작물을 캘때 사용하는
삽쇠(도라지창)를 들고 수영장 아랫쪽 도라지밭으로
갔다. 아뿔싸, 이게 뭔가? 한동안 잊고 있었더니 밭이
온통 잡초들로 뒤덮여 도라지밭이라고 하기엔 너무
창피스럽다. 그렇다고 잡초를 뽑는 것도 이젠 늦었다.
그래도 드문드문 도라지 꽃대가 보여 삽쇠를 땅에다
푹 찍어 발로 힘껏 내리밟은 다음 손잡이를 밑으로
힘껏 밀었더니 흙과 함께 도라지가 올라왔다. 상담히
크다. 도라지는 3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하여 해마다
3년생을 캐고 난 곳에다 씨앗을 뿌린다. 밭을 3등분
해놓은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알기도 쉽고 3년을 자란
도라지를 캐지않아 썩게 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는
촌부 생각이라서 이런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런데
잡초를 잡을 시기를 놓쳐 풀밭이 되어버려 엉망이다.
키가 큰 녀석들만 골라서 캤더니 큼지막한 도라지를
몇 뿌리 거두었다. 아내가 손질하기 쉽게 시냇물에서
대충 흙을 씻어 주방에 갖다놨다. 그랬더니 아내가
꽤나 크고 좋다며 흙까지 씻어다 주어 손쉽게 손질을
했다며 웃으면서 고맙다는 말을 잊지않았다. 그 말에
"뭐 그 정도 가지고 그러시나? 당연한 걸 가지고..."
라며 우쭐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