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잣이 흉년인가?
9월 25일, 음력 庚子年 팔월 초아흐렛날
이른 아침엔 거의 매일 뒷산으로 산책 겸 운동삼아
한두 시간쯤 아침 산행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야트막한 산이라서 별다른 장비나 도구가 필요없다.
사시사철 복장은 긴팔 상의, 긴 바지를 입고 장화를
신고, 배낭에 물과 비닐봉지를 챙긴다. 그리고 목에
호루라기를 걸고 스키폴대를 지팡이 삼아 갖고 간다.
혹시나 하여 손괭이와 휴대용 톱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길도 없는 산을 오르다보면 야생 더덕, 잔대
같은 것을 발견하여 캐기도 하고 약초로 쓰는 나무도
잘라올 수가 있기 때문이다. 봄날에는 산나물을 채취
하고 요즘같은 가을날에는 잣송이를 줍거나 오미자
같은 야생 열매를 따오기도 한다.
특히 요즘은 잣송이를 줍는 철이라서 자연스레 뒷산
두 곳의 잣나무숲을 찾게 된다. 9월초부터 여러 날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데 떨어진 잣송이가 별로 없다.
이맘때쯤이면 한번 산에 오르면 배낭에 가득 채우고
손에 봉지를 들고와야 제대로인데 말이다. 잣나무를
쳐다봐도 청설모도 여느 해보다 움직임이 적을 뿐만
아니라 보이지를 않는다. 설령 떨어진 잣송이를 봐도
송이가 아주 잘다.
잣이 흉년인가? 아니면 해거리를 하는 것일까?
촌부가 알기로 잣은 보통 3년을 주기로 대풍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흉년, 평년, 대풍' 이런 순으로...
잣나무에 가지 끝부분에 잣이 달리는데 올해는 봄날
한파가 몰려와서 그런지 아니면 지난 여름 사상 유례
없는 긴 장마와 잦은 비와 큰 태풍의 영향 때문일까?
최근 몇년간 갑작스런 폭염과 가뭄 또한 한파와 같은
이상기후 때문인지 잣 자체가 잘 달리지 않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기억이 난다. 앞에서도 약간 언급했지만
잣은 2∼3년마다 풍년과 흉년이 반복되는 해거리
현상으로 매년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다는 설이 있긴
하지만, 최근처럼 몇 년 연속으로 잣 생산량이 급감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아마도 이상징후를 보인
기후변화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는 것이 올바른
분석이지 싶다. 잣은 냉대성 부산물이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생산량이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소비자가 사먹는 가격이
비싼데 여러가지 기후변화로 인해 거의10년 가까이
오르지 않던 잣의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게 될
전망이라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난다.
이곳에 와서 잣송이 줍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그 비싼
잣을 우리가 먹을 만큼은 충분히 줍는다. 어느 해는
잣이 풍년이라 잣송이를 주워다 읍내 수집상에 내다
팔아 용돈벌이를 쏠쏠하게 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그다지 잣송이를 많이 줍지 못했다. 기억하건데 아마
30만원 정도를 벌었던 것 같다. 올해는 그마저도 못
벌고 겨우 우리 먹을 만큼 줍는 것도 쉽지가 않을 것
같다. 잣송이를 주워 생계를 꾸리는 것은 아니지만
늘 하던 버릇이라 그런지 좀 서운하다. 욕심이 과한
촌부의 물욕인가? 자연이 주면 주는 그대로 만족을
해야 하는 것이 자연에 사는 사람으로서의 도리일
텐데 말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또 산에 오른다.
빈손으로 오면 운동 한번 잘했구나 하면 되는 것이고
잣송이를 줍게 되면 자연이 주는 고마운 선물이구나
하면 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