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마을 아우 부부 식사 초대
9월 23일, 음력 庚子年 팔월 초이렛날
어제 오전에는 가을 하늘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밭에서 일을 하다가 잠시 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혼자 감탄을 했던 것이다. 정말로 혼자 보기는 너무
아까웠다. 사방을 둘러봐도 제각기 다른 모습이었다.
아내를 불러서 함께 볼까 싶었으나 집안일을 하느라
바쁜 사람을 하늘을 보라고 부르기는 좀 그래서 혼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쳐다보며 넋을 놓고 보았다.
산골살이를 하는 호사 중에 이런 것도 포함이 된다면
남들은 웃긴다고 하려나?
점심무렵 아내가 읍내에 볼일이 있다며 잠시 다녀올
수 있냐고 했다. 마침 면사무소에 민원서류 발급을
해야 할 것도 있고 은행에 통장개설도 해야 할 것이
있어 함께 나갔다. 마침 봉평 오일장날이라 장구경을
하며 아내는 장도 좀 봤다. 볼일을 마치고 나온 김에
진부에 가서 점심이나 먹고 가자고 했다. 무슨 진부
까지 가느냐고 했지만 이미 촌부의 머리 속에 계산이
된 스케쥴인데 아내는 눈치를 채지 못했다. 진부로
가는 길가의 재제소에 들려서 땔감용 죽데기를 살펴
보았다. 엄청 많이 쌓아놓았다. 구입한다 하더라도
배달해주는 것이 아니라서 망설였다. 아내가 얼마전
지나다가 나무토막을 담아놓은 커다란 자루를 보고
장작으로 쓰면 어떻겠냐고 하여 들린 것이라서 문의
했더니 안내를 하던 사장도 그게 더 편리하고 값도
저렴하여 좋은 것이라며 권했다. 며칠 후에 차량을
구하여 구입을 하기로 했다. 돈도 굳었고 자르느라
힘든 것도 없고 시간도 벌게 되었다.
땔감준비 다 한 느낌이라 기쁜 마음으로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나서 아내에게 모처럼 동해 바다를 보고
오자고 했다. 이 또한 집을 나서며 아내에게 말하지
않은 계산된 촌부 생각이었다. 뜬금없이 무슨 바다에
가느냐는 아내에게 이번 휴가기간 동안 제대로 여유
있는 시간이 없었으니 안목해변에 가서 바다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강릉중앙시장에 들렸다가 오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했다. 아니면 주문진 어시장 구경이나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둘 중 하나 택하라고
했더니 안목해변은 다음에 가고 주문진 어시장으로
가자고 하여 자동차를 신나게 몰았다.
거의 10년만에 주문진 어시장에 간 것 같다. 코로나
사태로 예전만큼 붐비지 않았다. 정기휴일 전날이라
생선회를 싸게 판다 하여 떴더니 혼자서 먹기엔 너무
많은 양이라서 또 머리를 굴리며 장구경을 했다. 회를
잘 못먹는 아내를 위해 갈치, 고등어, 오징어를 조금
사서 손질하여 들었다. 그리고는 아내에게 생선회가
너무 많으니까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말이 있듯이
마을 아우 부부를 불러 함께 먹으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렇잖아도 밥 한번 먹자고 했는데 늘 시간이 없다고
하여 못했는데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집에 오자마자
전화했더니 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저녁식사 초대가
성사되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늘 이런저런 신세를
지고 도움을 받으며 지냈는데 조촐하게 함께 식사를
하게 되어 기뻤다. 아우 부부도 불러주어 고맙다면서
맛있게 먹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우리 모두가 즐겼다.
기쁜 마음에 놓칠 뻔했네. 어제 저녁무렵에 주문진을
다녀왔더니 카페앞에 택배 상자가 두 개 놓여 있었다.
하나는 순수 문예지 푸른문학 2020 가을호였으며,
또 하나는 조카 딸내미가 추석명절 선물을 보내온 것
이었다. 이번 푸른문학 가을호에는 대표님의 배려로
기획연재 수필에 두 편을 게재하여 주셨다. 감사한
마음이다. 순수 문예지 푸른문학이 추구하는 정신,
'지혜의 마중물, 문단의 새바람'에 함께 동행함이라서
마음 뿌듯하다. 편집하시느라 수고하신 푸른문학의
이은별 대표님과 임재구 부대표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몇 해 전, 임용고시를 단번에 합격하여 지금 교직에
있는 조카 딸내미의 추석명절 선물을 받고보니 너무
흐뭇한 마음이고 감격스럽다. 늘 어리게만 생각하고
있는데 너무 예쁘게 잘 장성을 하여 이렇게 선물까지
받게 되다니 말이다. 20년전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딸내미, 막내네 딸내미지만 우리에게는 친자식이나
다름없는 그 이상의 보배였고 지금도 그렇게 여긴다.
이따금씩 큰이모인 아내에게 안부 전화도 주는 너무
갸륵한 딸내미인데 코로나19 사태로 자주 볼 수가
없음이 너무 안타깝다. 하루빨리 이 사태가 종식되어
예쁜 딸내미를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