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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고추 수확 풍작 예감!


9월 20일, 음력 庚子年 팔월 초나흗날

올해는 유례없는 긴 장마와 함께 느닷없는 세 개의

태풍으로 인하여 농사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래서

모든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폭등하여 소비자는

너무 비싼 값으로 사먹어야 하니 힘들고, 생산자인

농부는 농사를 망쳐서 망연자실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고장은 그나마 다행이다. 비가 자주 내리기는

했지만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우리 마을은 거의

대부분 피해를 입지않았다. 텃밭농사 수준인 우리도

피해는 없다. 특히 가장 심혈을 기우린 고추농사는

그 어느 해보다 오히려 풍작을 이뤄 더 많은 수확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몇 번째 붉은 고추따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익은

고추가 보이면 그때그때  따다보니 잘 기억 못한다.

어제 아침나절에 아내와 함께 또 붉은 고추를 땄다.

매번 손수레에 한가득씩 땄지만 이번에는 한가득이

안되고 조금 모자라는 2/3쯤 될까말까할 만큼이다.

카페안에 그물망을 깔고 펼쳐 널어놓았다. 그 위에

그물망을 덮어 2~3일 숙성시킨 후 건조기에 말릴

것이다. 얼마전에 고추건조기를 구입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불규칙하고

불안한 날씨에 햇볕의 힘을 빌려서 태양초로 말리는

것을 고집했다면 고생하여 기르고 수확을 한 고추를

또 얼마나 버렸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지난해도 꽤나 많은 수확을 했지만 말리는

과정에서 손실이 생겨서 아깝지만 많이 버려야했다.

지금 밭에서 익고 있는 고추가 상당히 된다. 날씨만

제대로 받쳐준다면 아마 기록적인 수확을 거두게 될

것 같다. 우리의 자급자족은 물론이고 아우들에게도

조금씩 나눔을 할 수 있지않을까 예상을 하고 있다.


그동안 시나브로 건조기에 말린 건고추가 꽤 된다.

오전부터 시작해 늦은 오후까지 아내와 함께 건고추

닦기를 했다. 대부분 농가에서는 고추를 따자마자

물에 씻어 물기를 빼고 하우스에서 숙성을 시킨 후

건조기에 넣지만 우리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한다.

고추를 따서 카페안에서 숙성을 시킨 다음에 일일이

꼬다리를 따서 건조기에 말린 다음 하나하나 닦는다.

우리 생각에는 청정지역이고 마을과는 멀리 떨어진

곳이며 그다지 먼지도 많이 일지않는 곳이라서 우리

방식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그동안 건조기로 말려놓은 고추를 꺼내 일일이 닦아

큰 비닐 자루 한 군데에 담았더니 꽤나 많은 양이다.

아내가 어찌나 좋아하는지 입이 귀에 걸렸다. 또한

음악을 틀어놓고 감상을 하며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건고추를 닦는 그 시간이

너무나 여유롭고 좋았다. 행복이 뭐 별 것 있겠는가?

이런 시간, 이런 여유, 이런 모습이 행복이겠지 싶다.

작지만 크게 다가오는 기쁨, 조금은 느리지만 여유로

다가오는 즐거움, 바로 이런 것이 우리 부부가 추구

하며 살아왔고, 살아가는 산골살이의 목표이다.


전날 친구들이 보내온 추석명절 선물에 이어 어제는

아들 녀석이 고마운 마을분들과 나누라면서 선물을

보내왔다. 명절때마다 산골살이를 하며 늘 고마운

이웃 몇 분들께 비싸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으로 성의껏 자그마한 선물을 20년

동안 잊지않고 인사를 해왔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아들 녀석이 이제 나이가 들어 수입이 변변찮은 이

아비를 대신해 몇 해 전부터 선물을 사서 보내오고

있는 것이다. 그저 고맙다는 말은 하지만 아비의

입장에서 느끼게 되는 기분은 그 어떤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가 없는 뿌듯함이다. 비록 아비야 촌부로

살아오고 있지만 하나밖에 없는 자식, 아들 하나는

바르게 잘 키웠구나 싶어 어깨를 으쓱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IMG_20200920_1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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