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겨울채비를 시작했다.
9월 16일, 음력 庚子年 칠월 스무아흐레, 그믐날
이른 아침, 아침 산행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바깥에서 호루라기 부는 소리가 들린다. 허겁지급
뛰어나갔더니 운동을 하던 있던 아내가 손짓을 하며
어서 현관에 있는 집게를 갖고 오라고 소리를 쳤다.
길바닥에 아주 작은 새끼 뱀이 어떻게 죽었는지 쭉
늘어져 있었다. 치워주고 올라와 마저 챙겨입고 막
현관을 나와 산행을 나서려는데 또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카페 데크에 새가 죽어있다고 했다.
또 집게를 들고 내려고 치웠다. 아침부터 이게 뭔가?
오후에는 장작작업을 하다가 덮어놓은 천막안에서
뱀이 나와 아내가 기겁을 했었다. 며칠전엔 밭에서
일을 하는데 아내의 호루라기 소리에 놀라 뛰어내려
갔더니 제법 큰 뱀이 나와 하는 수없이 잡기도 했다.
아내와 촌부는 밖으로 나올 때면 호루라기를 챙긴다.
서로 위급사항이 생겼을때 호루라기를 불어 알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위급 신호용 비상도구라고 할까?
촌부가 산에 올라갈 때도 목에 걸고 간다. 산행하며
중간중간 불어 야생동물들에게 내가 왔다는 신호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고라니가 도망치듯 뛰어가기도
한다. 아마 멧돼지도 호루라기 소리에 근처로 오지
못했을 것이다. 갑자기 만나면 당황을 할 수가 있어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로 호루라기를 불어제끼는
것이다. 이상하게 그렇게 하면 혼자 오르는 산행이라
안심이 된다. 야생동물들은 시끄러웠겠지만...
거의 일년만에 공터에 아무렇게나 쌓아놓고 천막을
덮어놓았던 장작을 장작집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지난해 가을 산림조합 제재소에서 죽데기를 사다가
적당한 크기로 잘라 장작을 만들었는데 많이 남아서
장모님댁 밑쪽 한 곳에 모아두고 눈.비를 맞지않게
넓은 천막으로 덮어놓고 일년을 기다렸다. 장작집이
비기는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제서야 드디어
그 일을 한 것이다. 오가면서 볼때마다 거슬렸지만
다른 일에 우선순위를 빼앗겨 늘 뒷전으로 밀렸다.
아내도 그랬단다. 마음은 있었겠지만 아내가 혼자서
할 일은 아니다. 그냥 보기에는 잠시 할 것 같았지만
꽤나 시간이 걸렸다. 손수레에 커다란 플라스틱으로
된 바구니를 올려놓고 장작을 가지런하게 옮겨 담아
장작집까지 밀고가서 차곡차곡 쌓는 것은 조금 힘은
들지만 땔감을 준비하는 것이라서 힘든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했다.
아내는 밖에서 일을 할 땐 꼭 여러가지 장르 음악을
듣는다. 호주머니에 넣고 일하면 많이 불편하다며
스마트폰을 넣고 목에다 걸고 다니는 집을 만들었다.
촌부 것은 천으로, 외출시에도 사용한다며 아내 것은
가는 실로 손수 뜨개질로 예쁘게 만들었다. 스마트폰
집 이야기 하려던 게 아닌데 그만 빗나가고 말았네.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하면 훨씬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우리들 젊은 시절에 들었던 흘러간 팝송,
포크송, 가요 그리고 요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미스, 미스터 트롯을 듣곤 한다. 장작을 거의 다 나를
무렵 장작집에 장작을 쌓다말고 그만 아내가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 아닌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며
"와 그라노? 뭔 일이고?" 했더니만, "지금 나오는 이
노래 상섭이가 잘 부르는 노래였거든. 노래방 가면
이 노래를 꼭 불렀어!" 라며 계속 훌쩍거리고 있었다.
촌부 마음도 짠했다. 그러고보니 오는 9월 20일이
처남 녀석이 세상을 등진 날이다. 참 세월이 빠르다.
아내는 지금껏 처남과 연관되는 것만 있으면 눈물을
짓곤 한다. 우리부부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지난해 각자 동생 하나씩을 잃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속에 늘 아픔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서 아내가
흘리는 눈물을 모두 다 이해한다. 오는 일요일에는
처남 녀석의 산소에 다녀와야겠다. 벌써 1주기가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