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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텃밭농사 이야기


9월 13일, 음력 庚子年 칠월 스무엿샛날

텃밭농사를 짓다보니 희안한 일도 다 있는 것 같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호박넝쿨이 비실비실 하더니만

뒤늦게 살아나서 사방으로 뻗어가며 호박이 열린다.

이유야 어떻든 많이 열리면 좋은 것이라 좋긴 하다.

마디호박은 이미 사그라지고 없지만 포기하고 있던

애호박과 맷돌호박은 아주 싱싱하게 살아나 꽤 많이

열리고 있다. 맷돌호박 네 개는 노랗게 잘 익어가고

있다. 그 중 가장 오래전부터 익기 시작했던 두 개는

따야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처음 기르고 익혀보는 것

이라서 따야 하는 시기가 어떻게 되는지 몰라 그냥

두었는데 아무래도 따야할 것 같다. 맷돌호박 종류도

여러가지가 있는가 보다. 하나는 넓적하고 또 하나는

둥그렇게 자라 익었다. 이런 호박을 수확해 보기는

처음이라 느낌이 꽤 좋다. 지난 봄, 여름에 지금처럼

많이 열렸더라면 더 많은 맷돌호박을 수확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기는 하지만 그건 촌부의 과한

욕심이다. 이 정도 익은 호박 수확과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 애매하게 늙히기 전에 애호박으로 따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런 것인가 모른다. 지금 따는

호박은 거의 나눔을 하고 있다. 모두들 맛있는 것을

주어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기르는 재미, 따는 기쁨,

나누는 즐거움까지 고루고루 만끽하는 호박농사다.


전문적인 농사를 짓는 마을분들 말에 의하면 올해는

붉은 고추값이 비쌀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너무

길었던 장마와 세 개의 태풍으로 인하여 너무 비가

자주 많이 내린 탓이다. 그런데 우리 마을은 그나마

다행스럽게 고추농사가 잘 되었다. 겨우 300주쯤을

심은 우리도 잘 된 것 같다. 예단하기는 좀 이르지만

지금의 추이라면 근래의 고추농사 중에서 기록적인

수확을 하지않을까 싶다. 더불어 고추건조기를 들여

놓아 날씨가 좋든 궂든 상관 없어 다행이라 여긴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올해 고추농사로 건조기값은

건지는 것 아닐까 싶다. 이 정도라면 만년 아마추어

농부로서는 다행스러운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텃밭농사 면적의 절반 이상이 고추밭이니까 나름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텃밭농사 중에 이모작에 해당하는 가을 채소도 지금

현재로서는 순조롭게 되고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배추와 무우는 예년에 비해서 아주 잘 자라고 있다. 

모종이 너무 많아 쏘물게 심은 배추는 조만간 조금씩

솎아주어야 할 것 같다. 아내의 생각으로는 배추를

솎아서 얼가리 배추처럼 데쳐 배추 우거지로 만들어

냉동보관을 하겠단다. 무우는 솎아내고 한 그루씩만

남겼더니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어 볼 때마다

신이 난다. 김장할 무렵까지 어른 팔뚝만하게 자라면

성공작이니까 그렇게 되리라 여겨진다. 대파, 쪽파도

꽤 괜찮게 자라고 있으며, 일부러 조금 늦게 시차를

두고 씨앗을 뿌린 청갓, 총각무도 앙증맞게 새싹이

올라오고 있다. 이렇게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를 쭈욱

나열을 해놓고 보니 이미 김장을 마무리한 느낌이다.

이제 겨우 9월 하고도 중순인데...IMG_20200913_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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