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어느새 5월이 가는구나!
2026년 5월 31일 일요일
음력 丙午年 사월 열닷새 보름날
이른 아침,
반팔 차림에 하절용 조끼를 입고 밖에 나갔다.
순간 서늘한 아침 공기에 팔에 소름이 돋았다.
분명 춥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싸늘함이 온몸을
휘감아도는 전율을 느껴졌다. 부랴부랴 집으로
들어와 얇은 긴팔 점퍼를 겹쳐입고 다시 나갔다.
도대체 몇 도길래 서늘함, 싸늘함이 느껴졌을까?
영상 9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골의 이른 아침
공기는 더없이 맑고 신선하고 상쾌함이라 그런
것 아닌가 싶다. 폐부로 쭈욱 빨려 들어오는 아침
공기를 양껏 흡입하면서 이리저리 밭을 살폈다.
밤새 내린 촉촉한 이슬에 또한번 마음을 적셨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밭작물 하나하나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녀석들을 마음에 담는다.
잘 자라주어 너무 고맙다. 큰밭에는 옥수수, 대파,
맷돌호박, 얼마전에 씨앗을 넣은 완두콩은 흙을
비집고 움이 트는데 호랑이 무늬 줄콩은 아직까지
나올 생각을 않는다. 콩이지만 많이 다른 듯하다.
작은밭1에는 노각, 오이, 브로콜리, 양배추, 가지,
상추, 땅콩 쑥쑥 자라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진다.
수영장 뒷쪽 작은밭2에는 방울토마토, 사과참외,
고구마, 애호박이 잘 자라고 있다. 수영장 아랫쪽
블루베리 밭엔 꽃이 지고 다닥다닥 열매가 맺혀
있는 모습이 신기하고 오묘하다. 올해는 더 많은
수확을 기대해도 모자람이 없을 듯, 대견스럽다.
아침마다 주인장 발자국 소리 들려주고 혼잣말로
"밤새 안녕! 무럭무럭 자라주어 정말 고맙구나!"
하며 돌아다닌다. 그래서 싱그런 아침이 즐겁다.
아침은 서늘하지만 햇살이 퍼지고 한낮으로 가면
기온은 사정없이 올라가 여름을 방불케 하는 듯,
하루의 일교차가 대단하다. 오늘도 그럴 듯한데...
전날 제천에서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만남을 뒤로
하고 점심무렵 산골집으로 돌아와 늦은 오후까지
푹 쉬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 저녁무렵 밭에
나가 비가 내린 듯하게 흠뻑 젖을 만큼 물을 듬뿍
주었다. 농사는 하늘과 땅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농부의 정성도 한 몫을 하는 것이다.
그 마음이 녹아들고 스며들어야 하는 것이랄까?
물을 좋아하는 작물이 많아 물주기를 게을리하면
안된다. 물을 주는 시간은 촌부의 마음도 촉촉한
느낌이라서 작물들과 함께 더불어 흐뭇함이다.
밭에 물주기가 끝날 무렵 아내가 나와서 하는 말,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이 있듯이 기왕에
호스 연결한 김에 장독대 닦고 청소 좀 합시다!"
라고 했다. "그기 뭐 어렵노? 호스 끌어다 하모
되는기제! 준비해! 호스 장독대로 끌고 올낀께"
라고 하고 즉시 호스를 장독대로 끌고와 청소를
시작했다. 송화가루를 비롯한 꽃가루와 가뭄에
흙먼지가 많이 날아와 꽤나 지저분해진 것이다.
먼저 비가 내린듯 물을 흠뻑 뿌려놓은 뒤 아내가
수세미로 장독 하나하나를 일일이 닦아놓으면
뒤를 이어 촌부가 호스로 물을 뿌려 씻어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아내가 장독을 닦아놓았다.
촌부는 장독 하나하나를 살펴가며 호스로 물을
뿌려서 깔끔하게 씻어냈다. 반짝반짝 윤이 났다.
아내가 "장독 목욕 제대로 시켜 너무 개운하네!"
라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모습 또한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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