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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꽃을 좋아하는 낭만농부


2026년 5월 29일 금요일

음력 丙午年 사월 열사흗날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날씨부터 살폈다.

기온은 11도, 장기예보에 한동안은 비가 없다.

어제는 고작 6.5mm 내린 비였지만 단비였고

약비가 분명했다. 흡족하지는 않았지만 농부의

마음도 적셨다고 할까? 이런 비도 좋으니 자주,

이따금씩 내려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많은 비는 아니지만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는

어제 아침나절 잠시 산골 부부가 나눈 대화이다.

"여보시오! 그게 뭐 그리 중하다고 비를 맞으며

 우의까지 입고 날궂이를 하고 있는거야?"

"아따, 보모 모리나? 당신 좋아하는 화초 심는거

 안보이나? 화초는 비오는 날에 심어야 되는겨!"

"그러다가 개도 안걸린다는 하절기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그만하고 비 그치면 하시오!"

"여보게! 잔소리 할라모 그마 들어가라!"

"하여간 못말린다! 영감탱이 고집을 누가 꺾어?"

"나중에 예쁜 꽃이 피면 그때 칭찬할 것 아인가?"

"그땐 그때고 비맞으면 감기 들까봐 걱정되잖아!"

"걱정일랑 접어두고 들어가 당신 일이나 보게!"

"그래도 사진은 짝어주고 들어가야겠지?ㅎㅎ"


어제 아침나절 우의를 입고 작은밭 옆쪽 길가에

심어놓은 해바라기 꽃밭에서 쪼그리고 않아서

자그마한 어린 과꽃 모종을 캐내고 있었다. 그때

아내가 나와 비맞으며 일하는 것이 너무 걱정이

된다고 하는 바람에 몇 마디 주고받은 대화이다.

지난해 과꽃 심었던 자리에 올해는 꽃해바라기를

심었다. 그 사이 군데군데, 드문드문 과꽃 새싹이

돋아나 제법 자라 옮겨심어도 될 것 같았다. 그냥

두면 제대로 잘 자라지도 않을 뿐더러 두 가지의

화초가 뒤섞여 별로일 것 같아 어린 과꽃 모종을

한곳에 모아 옮겨심으려고 한 것이다. 캐냈더니

상당히 많았다. 잠시의 수고로 모종값을 벌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큰밭 옥수수밭의 밭고랑은 물론

이랑에도 코스모스 씨앗이 날아갔는지 꽤나 많은

코스모스가 자라고 있다. 그냥 둘 수 없다. 어차피

잡초를 뽑거나 캐내게 되면 잡초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미리미리 캐내 옮겨심으면 이또한 화초가

되어 모종값을 벌게 되고 옥수수는 잘자라게 되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지난해 함께

일했던 동료가 코스모스 모종을 조금 주어서 큰밭

입구 오른쪽 여백에 코스모스 몇 그루를 심었더니

씨앗이 밭으로 날아가 발아를 하여 자란 것 같다. 

그래서 옮겨심을 자리를 생각하고 모조리 캐냈다.


이렇게 캐낸 것을 여기 산골에서는 이삭줍기라고

말한다. 이삭주기를 한 과꽃과 코스모스 모종 심을

자리는 작은밭가 그물망을 사이에 두고 먼저 심은

꽃해바라기의 옆쪽이다. 모종이 조금 많은 과꽃은

집쪽 가까이 심고 얼마 안되는 코스모스는 밭으로

드나드는 그물망 출입구 부근에 심었다. 생각컨데

아마도 해바라기, 코스모스, 과꽃은 꽃피는 시기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세 종류 꽃이 피면

집으로, 밭으로 오가면서 항상 예쁜 꽃을 감상하며

농사를 짓는 낭만농부가 되는 것이겠지? 이 꽃밭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두 군데의 작은밭 사이 길가에도

야생화 꽃밭을 조성해 놓았다. 군락처럼 종류별로

무리를 지어 자라게 심었지만 그새 마구 뒤섞여서

자란다. 야생화는 군락을 이루어 기르기가 어렵다.

작지만 길쭉한 꽃밭에도 봄부터 가을까지 갖가지 

야생화가 끊임없이 핀다. 지금도 엉겅퀴를 비롯한

몇 종류 야생화가 피어있어 드나들며 감상을 한다. 

그래서 꽃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낭만농부라고

표현을 해보는 것이다.


https://band.us/band/7070781/post/430598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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