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거창한 오이 지지대와 유인 그물망
2026년 5월 25일 월요일
음력 丙午年 사월 초아흐렛날
이른 아침 기온이 연일 한 자릿수에 머문다고
투정을 부렸는데 하늘이 그 소리를 들었을까?
생각컨데 못들은 모양이다. 오늘 아침도 9도에
머문 기온을 보니 그렇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어제는 일교차가 심했는데 오늘도 그럴 듯하다.
그래도 이만하면 농작물은 잘 자랄 것 같은데...
이슬 내린 아침 일찌감치 혹시나해서 모종심은
밭에 나가 물을 흠뻑 주었다.
어제 촌부의 하루는 이랬다.
이제서야 봄을 느끼나 했더니 뒤늦게 온 산골의
봄은 여름의 등살에 못견뎌 쏜살같이 내달리는
듯하다. 겨울에 가로막혀 뒤늦게 오고 여름에게
치여 금새 가버리는 산골의 봄이라고 해야할까?
계절의 변화는 아주 신기하고 정말 알수가 없다.
나른한 오후, 앞마당에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는
집주변은 신록으로 가득하여 마음까지 푸르름에
물드는 듯하여 좋기는 한데 꽃피는 봄이 조금 더
머무르고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은 하절기라서 동이 빠르게 트고 하루가 빨리
시작된다. 어제도 그랬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일어나는 시간은 평소와 다름이 없고 어김이 없다.
잠시 일기를 써놓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밭으로
나갔다. 모종을 심은 지가 얼마 안되어 딱히 밭일
할 것은 없다. 옥수수 모종 부어놓은 모판에 물을
듬뿍 주고 늘 하는 습관이라 큰밭을 한바퀴 돌아
작은밭 두 군데를 살폈다. 전날 심은 대파 모종은
활착을 위해 물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물조리
두 개에 가득 물을 받아 흠뻑 젹셔주었다.
전날 미리 준비해놓은 농자재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오이, 노각 지지대와 유인 그물망 설치'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조금씩 변화를 주게 된다.
발전이랄까? 그래봐야 그게 그것이긴 하지만...
전문 농부님들이나 우리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보면 웃을지도 모르겠다. 오이 24주, 노각 5주를
겨우 기르면서 너무 거창한 시설물 설치하는 것이
아니냐고... 사실 설치해놓고 보면 별 것도 아닌데
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나만의 방식이라서...
먼저 재활용 몽골텐트 프레임을 이용해 다섯 개의
기둥을 세우기 위해 곡괭이와 삽으로 땅을 판 다음
높이를 맞춰가며 하나하나 넘어지지 않게 세운다.
그다음은 역시 재활용 몽골텐트 프레임을 최대한
길게 뽑아 세워놓은 기둥 윗쪽에 가로대로 묶는다.
그리고나서 기둥 사이사이 고추지지대를 적당한
간격으로 몇 개를 비스듬하게 가로대와 연결한다.
연결하는 것은 피복고무밴드인데 아주 쓸모있다.
그런 다음에 오이망용 유인 그물망을 씌우는 것이
전부다. 지지대 세우는 작업은 혼자 낑낑대며 했다.
그러나 그물망 씌우는 것은 아내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것 완성하는데 아침나절 두어 시간 걸렸다.
아내가 그랬다. "아주 멋진 작품 하나를 완성했네."
그래서 "이렇게 만들면 뿌듯하잖아! 농사도 쏠쏠한
재미를 느끼는 것이 최고라니!"라며 껄껄 웃었다.
이틀만에 산나물 말리기를 끝냈다. 근래에 들어서
가장 많은 양이 아닌가 싶다. 전날 오전엔 날씨가
잔뜩 흐려 걱정했지만 오후에 햇볕이 좋아 다행히
어느 정도 말렸고 어제는 하루종일 좋은 날씨가
이어져 잘 말릴 수 있었다. 이번에 말린 산나물은
아우들에게 조금씩 나눠줄거라며 아내는 좋아라
했다. 비날봉지에 담으면서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그러면서 한 말씀, "받아 먹는 아그들은 산나물을
뜯고 데치고 말리느라 이리저리 햇볕 따라 옮기는
수고를 알란가 몰라? 그래도 이렇게 줄 수 있음이
너무 뿌듯하고 좋네!"라고 했다. "나눔은 무조건
좋은겨!"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우연찮게 또 박새 사진 한 컷을 찍게 되었다.
팥배나무 가지에 먹이를 물고 날아와서 앉아있는
것을 발견, 새집있는 곳을 향해 스마트폰 방향을
잡고 기다렸더니 새집으로 들어가기전에 사방을
경계 하듯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셔터를 눌러
며칠전에 이어 성공했다. 박새의 모정(母情)이다.
그런가하면 높다란 자작나무 꼭대기에서 앉아서
연신 뻐꾹뻐꾹 울어대는 뻐꾸기 소리가 들려왔다.
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싫어하지도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는 산새가 뻐꾸기, 이 녀석은 알을
다른 새 둥지에 낳아 자기 품으로 부화시키는 것이
아니고 다른 새의 품을 빌려 부화를 시키는 얍삽한
새라서 밉다. 뿐만아니라 뻐꾸기가 울면 봄이 가고
여름이 온다고 하지만 뻐꾸기 울음소리는 별로다.
설마 박새 새집에 뻐꾸기가 탁란한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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